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78308&sw=DRX&site=esports (인벤)
 

 2022년 11월 6일, 결승전을 끝으로 북아메리카(멕시코 및 미국 동·서부)에서 개최한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종료되었다. 이견의 여지 없이 롤드컵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대회 중 가장 큰 규모로, 각국 리그의 상위권 팀들이 참가하여 매우 치열하며, 권위가 높은 대회이기도 하다. 이번 롤드컵에서는 중국, 한국, 유럽, 미국을 포함한 총 7개의 리그에서 24개 팀이 참여하였고 그 중 한국 리그(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 이하 LCK)에 속한 'DRX'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대회는 단순히 경기 결과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만, 경기 내용 외적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대회였다. 우선, 24개 팀 중 LCK에 배정된 4개의 팀이 모두 8강까지 올라갔으며, 그 가운데 3개의 팀이 4강까지 올라갔다. 또한, 2017년 이후 5년 만에 LCK 팀들끼리 결승에 맞붙는 소위 말하는 '한국 내전'이 성사되었으며, 결승에서 DRX를 상대했던 'T1'이 우승했었다면 롤드컵 역사상 최초로 4회 우승팀이 될 수 있었다. 특히, 페이커는 팀과 함께 역대 최초 4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T1은 서머 시즌은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었지만, LCK 스프링 정규시즌 전승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보유했던 만큼 과연 T1과 페이커가 대기록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런 T1을 상대로 대다수가 패배할 거라고 생각했던 DRX가 우승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DRX의 주전 선수 데프트(김혁규, 1996)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작년 LCK 10개 팀 중 10위, 올해 스프링 시즌 5위, 올해 서머 시즌 6위로 마무리했지만, 롤드컵 선발전을 통과하여 4번 시드로 참가하게 된 DRX는 플레이-인 그룹 스테이지부터 차근차근 통과하여 녹아웃 스테이지, 그룹 스테이지, 8강과, 4강, 결승에서 승리하여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되었고 그 중심에는 데프트가 있었다. 그는 1996년생이라는 프로게이머치고는 많은 나이에, 2013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10년째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으며, 10년이라는 프로 생활 동안 데프트는 6번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었지만, 단 한 번 4강까지 진출했었고, 그 외에는 8강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내년을 기약하기에는 많은 나이의 데프트였고, 실제로 팬덤에서는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롤드컵 도전에 ‘LAST DANCE’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었다.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로그'전에서 패배 후, 패배에 대한 인터뷰에서 그는 '지긴 했지만, 우리끼리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변을 했었다. 이 인터뷰가 기사화 되는 과정에서 '쿠키뉴스'의 문대찬 기자가 '로그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면서 임의로 붙인 제목이었지만, 이 말은 선발전부터 올라와 우승을 하게 된 데프트를 대표하는 명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롤드컵 가장 최하위 대진부터 시작했지만, 매 경기 '잘 싸웠지만, 이번에는 질 것 같다'라는 예측을 깨고 이겼으며 결국 우승까지 거머쥔 데프트와 DRX와 가장 어울리는 말이지 않을까. 이번 우승은 언더독의 이변이라는 말보다는,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자신을 의심하는 시선에 맞서, 수많은 연습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전시켜 낸 노력의 결실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모두가 나이가 많으니 이제 은퇴하리라 예상하고, 강팀을 상대로 승리해도 이변이라 치부하고, 기행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맞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의 노력을 관철한 그의 발자취야말로 우승만큼이나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프로게이머의 수명은 육체 스포츠 종목 선수들에 비해 짧기로 유명하다. 프로게이머들은 대개 10대 후반의 이른 나이에 데뷔하여 20대 초반까지의 짧은 전성기를 갖는다. 그 이후로는 기량이 급격히 감퇴하여 대개 20대 초반, 늦어도 20대 중후반에는 은퇴를 하게 된다.(브런치 (2022.01.25.). <왜 프로게이머는 짧은 선수 수명을 가지는가>. https://brunch.co.kr/@carlosbarker/17) 이처럼 e스포츠 프로선수의 수명은 다른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보다 짧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한, e스포츠의 특성상 팬들과 가깝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팬들의 응원이 가까운 만큼, 질타와 비난 또한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팬들의 선을 넘는 비난에 못 이겨 그만 둔 프로선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도 e스포츠 프로선수를 지향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프로게이머가 되었다고 한들 끊임없이 노력해야지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e스포츠 프로선수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데프트의 롤드컵 우승은 정설이라고 알려진 위의 내용을 완전히 타파했기에 더더욱 놀라움을 주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이 다 된, 현재 LCK에서 최고령의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얻은 트로피이기 때문이다. 물론, 혼자 차지한 우승이 아니라 식스맨을 포함하여 6명의 선수, 코치와 감독, 관계자들 모두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이며 우승을 하지 못한 T1의 선수들도 대단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또한, 성과가 전부이며, 결국에 트로피를 얻었기 때문에 대단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동안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해왔고, 좌절과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도전을 한 데프트 선수에 모습에 찬사를 보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뭇 e스포츠 선수들에게 귀감이자, 누구나 제2의 데프트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의 표본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