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내 공인 심판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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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에 펼쳐진 LCK(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스프링 6주 차 52경기, T1과 담원 기아의 경기가 이슈가 되었다. 멤버 교체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전년도 우승팀인 담원 기아와 2022 LCK 선두를 달리고 있는 T1의 빅매치였기에 주목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경기 내에서 생긴 불거진 논란으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사건의 발달은 이러하다. 2세트 경기 시작 직후, T1의 페이커(이상혁)가 헤드셋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사운드 이슈로 퍼즈(게임 내 일시 정지)를 요청하였지만 심판진이 요청을 즉시 들어주지 않았다. 이후, 페이커가 직접 퍼즈를 걸기 직전에 실수로 F키를 눌러 의도치 않게 점멸이 발동되었고 그 직후 퍼즈가 걸렸다. (선수가 직접 퍼즈를 걸기 위한 명령어가 /FF인데 이 과정에서 실수로 F키를 눌렀다고 생각된다.) 헤드셋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페이커가 사용한 점멸에 대한 논란으로 경기는 40여 분 정도 지연되었다. 결국, 크로노 브레이크(시간을 되돌리는 복원 프로그램으로, 게임을 되돌려 다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를 통해 페이커의 점멸이 복구된 상태로 경기가 재개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심판의 규정 미숙지에 의해 생긴 해프닝이었다. LCK 규정 8.3.1 심판 지시에 의한 일시 정지를 살펴보자면, ‘심판은 언제든지 어떠한 이유로든 게임의 일시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라는 구절이 있다. 또한, 규정 8.3.2 선수에 의한 일시 정지를 살펴보자면, ’선수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즉시 게임을 일시 정지하고 심판에게 곧바로 일시 정지 이유를 밝혀야 한다.‘에 따르면 페이커가 직접 일시 정지를 했어도 문제가 없었지만, LCK 사무국에서 공개한 선수-심판간 대화록을 살펴볼 때 선수들이 해당 문제로 일시 정지를 해도 괜찮겠냐는 말에 심판이 ‘아니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답한 것을 볼 수 있다. 즉, 페이커가 점멸을 사용하기 전부터 일시 정지가 되었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즉시 퍼즈 요청을 받아주지 않은 심판 측의 책임이 있으니 크로노 브레이크를 발동하고 이후 바로 경기를 재개하면 되는 문제를 40여 분 동안 지연시킨 것이다.
e스포츠 내에서 심판의 판정과 판단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월 23일, NATE MSL 결승전 도중에 컴퓨터가 정전으로 인해 모두 꺼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경기가 재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심판이 협의 없이 우세승 판정을 내린 사건이 있었다. 양측과 협의를 하지 않고, 한쪽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충분히 역전 가능성이 있는 경기에서 내린 판정이었기에 당시에도 큰 논란이 되었다. 2012년 6월 26일, Tving 스타리그 8강 C조 2경기에서는 경기 중단을 선언한 이후 오류로 인해 경기를 재개할 수 없자 재경기를 선언하여 문제가 되었다. 이렇듯, e스포츠 내 심판의 판정과 판단 문제는 잊혀질만하면 종종 터지는 문제다. 물론, 프로 스포츠에서도 석연치 않은 심판의 판정과 판단도 존재하지만 e스포츠와 큰 차이가 존재한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심판이 되기 위해서는 협회에서 시행하는 선발 공지를 접수한 뒤 시험을 통과한 후, 교육을 받은 후 급수에 따라 경기의 심판을 맡게 된다. 협회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통과한 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e스포츠는 2021년 6월이 되어서야 KeSPA 공인 e스포츠 심판을 첫 배출했다. 1999년에, 99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이 진행되었지만 자격을 갖춘 전문 심판은 20년을 넘긴 2021년에야 처음 생겼다는 뜻이다. 그전까지는, 협회에서 전문적으로 양성한 심판이 아닌 사람들이 심판직을 맡아서 진행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고 오심이 없을 수는 없다. AI나, 로봇이 진행하지 않는 이상 심판도 사람이기에 판정과 판단에 오류가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협회의 주관하에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번 사태와 2010년대 스타리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의 진행,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처, 규정 숙지 협회에서 공인한 심판과 그렇지 않은 심판은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e스포츠는 단순히 선수와 팬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프로 스포츠도 그러하듯, 팀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도 있고, 경기 진행을 돕는 스태프와 해설가들도 있으며, 판정을 내리는 여럿 심판들 모두가 e스포츠를 구성하는 구성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에서 첫 e스포츠 대회가 진행된 지 20년이 넘어서야 공인 심판을 배출했다는 것은 굉장히 비판할 만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KeSPA에서는 공인 심판 양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e스포츠 경기에 공인 심판들로끔 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이전 일들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를 반복치 않을 것이다.
경성대학교 e스포츠연구소 모니터링 요원 임동균 |